2014/04/08 22:04

조동화의 한계 거친 붓으로 쓴 일상

조동화는 깜짝 쑈를 보여준다. 즉 클러치에 강하다. 가을동화라는 별명이 괜히 있겠는가. 그런데 클러치라는건 허상이다. 조동화의 스탯만 보고 와도 이 선수의 한계는 분명하다.

그러나 가끔 견제 당하지 않을 때, 배터리가 방심했을 때, 이 단신에 마른 선수가 보여주는 파워를 보라. 신고선수 출신이라서, 조동찬의 그림자에 가려서, 동년배 팀원들에게 가려서 조동화의 배팅 실력이 보이지 않는가. 야잘잘인데 조동하는 수비도 잘하고 작전 수행 능력도 좋다. 출루율도 나쁘지 않다. 즉 조동화가 가진 재능은 상당하다고 해야 하는 것이다. 번티스트라는 별명은 오히려 조동화를 구속하는 별명에 가깝다. 물론 컨디션 안 좋으면 툭 갖다 대고 1루로 달려나가지만...

조동화는 초구를 치지 않는 선수로 유명하다. 투구수를 늘리고, 출루를 노린다. 씰링이 명확하고 하위 타선을 전전한 준주전 선수라면 당연히 몸에 배어든 자세다. 그러나 이게 너무 잘 알려져 있다. 맞추는 재능은 있다지만 힘이 좋은 것도 아니고 배팅 스피드도 있는게 아닌데... 당연히 상대 투수는 초구를 잡으러 들어온다.

오히려 이럴 때는 초구를 치는게 답이다. 초구를 쳐서 타점을 올린 경우가 없는 것도 아니다. 최근 타점도 그렇게 올렸을텐데. 문제는 상황이 1점차 2사 만루라는 상황일때다. 조동화는 여기서 적극적으로 치지 못한다. 조동화가 하위타선인가. 아니다. 3할을 치고 있는 2번 타자다. 그리고 오늘 이용찬은 변화구로 스트라이크를 넣을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김강민도 조언을 하고 타격코치도 주문을 했을 것이다. 그런데 초구가 복판 스트라이크로 와도 멈칫 하고 말았다. 

당연히 나중에는 직구 다 따라다니며 커트만 해대야 했다. 2스트라이크니까 어쩔 수 없지만 그 중 두 세 개는 볼이었을 것이다. 문제는 2스트라이크에서, 아니 1스트라이크에서는 더 이상 조동화가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었다는 것.

조동화가 볼을 잘 보고 포볼 잘 고르는건 좋은 일이지만, 2사 만루이고 상대가 팀마무리인데 조동화에게 포볼을 던질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무리한 일이다. 더구나 2번까지 올라왔다. 클러치에서 2번이면 쳐서 영웅이 되어야 하는게 아닌가. 사실 덕아웃에 남아있는 sk 선수들 중에서 조동화만큼 칠 수 있는 선수가 몇이나 되나.

가뜩이나 외야 경쟁 치열하고, FA 대박도 앞두고 있는데. 여기서 욕심을 내는 것은 전혀 이상한게 아니다. 평온무사한 이닝에서 스탯질 욕심 내는 것과 다른 문제다.


이용찬 초구에 대해서 생각해보자. 어차피 최정이든 이대호든 클러치에서 안타 칠 확률은 3할 내외다. 조동화가 노리는 공 쳐서 범타라고 해서 뭐라고 할 사람 아무도 없다. 초구 쳤다고? 야갤러들이나 좀 까고 말겠지. 

두산 배터리는 초구 스트라이크 잡으니까 직구 못칠거라고 대놓고 직구만 던져댔다. 실제로 직구는 맞추기 급급했다. 이용찬 직구가 굉장해서? 그 직구를 이재원은 제대로 받아쳤고 (이재원은 무려 대타였다. 내내 앉아 있다가 나와서 짧게 친게 그거다), 김강민에게는 던지지도 못했다. 이재원과 김강민의 재능은 조동화와 다르다고? 프로선수라면 그걸 분하게 생각해야 한다. 이용찬이 던진 초구 스트라이크는 테니스의 세컨 서비스 같은 것이다. 조동화가 아무리 직구에 뱃스피드나 힘이 밀린다고 해봐야 세컨 서비스 에이스를 먹어야 할 정도는 아니지 않는가.

이용찬이 아무리 뛰어나다고 해도 직구만 던져서 프로선수 타자를 잡아내라고 하면 애를 먹을 수밖에 없다. 그걸 조동화에게 해낸거다. 그 절반은 초구 덕분이다. 직구는 약하다, 삼진은 안당하련다, 포볼을 원한다고 얼굴에 써놓으면 이렇게 먹이가 될 수밖에 없는데...내가 생각하는 조동화는 아무리 씰링이 낮아도 이렇게 당해서는 안될 타자다. 무슨 젖비린내 나는 신인도 아니지 않나. 


p.s. 세이버 매트리션을 까고 싶지만 클러치는 정말 허상이다. 오늘 SK 타격이 안좋았던가? 글쎄... 칠만큼 치고 나갈만큼 나갔다. 그런데 1득점. 1득점으로 어떻게 이겨.

p.s. sk 플래툰은 이재원-박재상으로 돌고 있다. 타선이 안풀리면 늘 감독의 플래툰 시스템을 까고 보는게 유행인데...어쨌든 박재상이 이재원과 쌍을 이뤄서 플래툰을 맡아야 되는 타자인지 또 고민해보게 된다. 한동민, 이명기, 임훈이 모두 좌타니까. 곧 올라오고 박재상은 본인의 롤인 대주자, 대수비로 나가야하지 않을까. 물론 오늘 박재상 타구 중 아쉬운게 많긴 하지만. 오늘 sk는 거포가 아쉽다.

p.s. 결국 최정, 스캇이 기대 이하라는 얘기. (어째 세이버 매트리션을 옹호하다가 다시 깐다?) 둘 다 ISOp가 잉여하다. 이 스탯은 장기적으로는 중요하지 않겠지만 둘을 중심타선에 붙여두는게 현 시점에서 적절한가에 대해서는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 게다가 거지도 이게 잉여하고, 이재원도 잉여하고...아오 현기증나네. 똑딱질 타선?

덧글

  • 8비트 소년 2014/04/09 17:48 # 삭제 답글

    원래 SK 4번자리는 누굴 갖다놔도 잉여화되는 자리 아니던가요. 03년에도 저는 이호준을 뜬금이라고 깠는데, 그나마 스캇은 좀 나아 보이네요. 거르고 박정권과 승부해야 하는 상황을 만들어 주는 것 만으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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