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11/29 20:23

서울대공원장과 동물원장 거친 붓으로 쓴 일상

 "서울대공원은 왜 관악산 건너편에 있나요. 학교는 관악구인데 공원은 왜 과천인가요."


서울대에서 통하는 아주 썰렁한 농담이었다. 그 학교 유머감각은 심란한 구석이 있다. '서울/대공원'이라고 끊어읽어야 하는데 '서울대/공원'으로 끊어읽는게 입에 익숙하다보니 생긴 유머였을 것이다. 그러나 서울대공원은 서울"대"공원이다. 서울랜드나 현대미술관도 전체 공원의 일부에 불과할 정도로 거대한 규모의 시영 공원인 것이다. 총면적이 에버랜드나 디즈니랜드보다도 크다.

 따라서 시에서 임명하는 서울대공원장의 전체 업무 중에서 동물원 관련 업무는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산하 시설 중 동물원이 유독 미디어에 많이 노출되다보니 서울대공원장이 동물원의 총괄책임자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으나, 사실 동물원에 관해서는 서울대공원장 아래 동물원장을 두고 있다. 기자들조차도 직제를 혼동하는 이유는 전신인 창경원이 공원이라기 보다는 궁내 동물원에 가까웠기에 자연스럽게 서울대공원도 오직 동물원만 있는 곳이라고 단정지어 버리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결국 서울대공원장이 반드시 동물원 전문가일 필요는 없으며, 실제로 동물원 내부 승진자가 서울대공원장이 된 사례는 존재하지 않는다.

 과천에서 개소한 이래, 역대 서울대공원장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70년대 후반 창경원 이전 계획 설립 후, 과천에 남서울대공원이라는 가칭으로 대공원이 건설 중일 때부터 서울시 국장급 직위인 사업소장이 대공원을 총괄하고 있다. 1984년 개원 후에도 건설사업소장이 관리사업소장이 되었을뿐, 서울시 국장급 공무원이 차지하는 직위로서 매년 정기인사 때마다 물갈이 되는 서울시청 관리직임에는 변함이 없었다.

 이후 지방자치제가 실시되면서 서서히 변화의 물결이 밀려온다. 서울시 산하의 사업소들이 공기업 혹은 공법인으로 하나 둘 독립하면서, 서울대공원도 단순한 산하 부처가 아닌 별개의 독립성을 지닌 기관이 되었고 관리사업소장이라는 명칭도 (혹은 서울대공원 소장, 동물원 소장 등으로 불리었다) 서울대공원장으로 확립되었다. 2003년에 이르러서 이 자리가 개방형 직위가 됨으로써 비로소 서울시청 고위직 공무원이 단년 혹은 격년으로 임명되던 관행도 끝이 났다. 이때 처음 취임한 대공원장이 이원효 전 에버랜드, 롯데월드 마케팅 담당 임원이었다. 2003년이라는 취임연도에서 알 수 있듯이 이 대기업 임원 출신 대공원장을 임명한 사람은 갓 취임한 이명박 서울시장이다.
 
 이원효 대공원장의 공과에 대해서는 평가하기 어렵지만, 2년 임기제 하에서 이원효 대공원장은 다섯 번을 연임한다. 이것은 엄청난 임기였다. 1984년 개원 이래 대공원장직을 19년간 23명이 거쳐갔는데, 이원효씨는 이후 10년간 독보적인 임기를 누렸기 때문이다. 2013년 4월에 임기를 마치고 퇴임하였다는 점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사실 이원효씨가 테마파크 마켓팅 관련 전문가라고 할 수는 있을지언정 딱히 동물 전문가라고 하기는 어렵다.

 반면 대공원 소장 내지는 공원장 직위가 서울시청 국장급의 관직으로 여겨지는 동안,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동물원 총책임은 누가 맡고 있었을까? 동물에 관한 전문지식의 유무로 낙하산 여부를 따진다면, 공무원 출신들이나 이원효씨나 딱히 낙하산이 아니라고 말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원효씨가 임명된 사정의 이면에는 대박난 에버랜드처럼 만년 적자 서울대공원을 테마파크처럼 살리라는 기대심리가 있었다. 물론 이것이 서울랜드 계약분쟁과 맞물려 결과적으로 실패했다는 점은 부정하기 어려워 보인다) 그러나 누가 대공원 총책임자로 오든지 동물원의 총괄은 내부 전문인력이 승진하여 담당해왔다. 이것은 창경원 시절부터 계속된 관행이다. 즉, 대공원장과 별개로 동물원의 총관리는 동물원장, 구 "서울대공원 동물부장"이 담당했고, 이 자리에는 대공원장과 반대로 늘 전문가들이 임명되어 왔던 것이다. 

 동물부장은 일종의 chief 사육사로 인식되기도 하였으며, 80~90년대에는 스타 동물부장들도 존재했다. (퀴즈탐험 신비의 세계 등이 그 주된 창구였다) 애초에 이 직위는 임기도 길었고, 그 전문성을 인정받는 자리였다. 대개 수의과 출신의 동물부장은 학자처럼 취급되었다. 오창영(초대~89'), 김정만(89'~95') 등이 독보적으로 오래 봉직했고 다들 정년퇴임을 했다. 서울시장직이 민선이 되면서 동물부장도 2년 임기로 개임되었으나, 늘 내부 승진된다는 점은 변하지 않았다. 2008년에는 동물부장도 서울대공원 동물원장이라는 직책명으로 바뀌어 개방형 직위가 되고, 첫 개방형 동물원장에는 모의원씨가 취임하여 작년까지 근무했다. 그러나 이 모의원씨도 서울시청 소속 수의과 출신으로 1994년부터 서울대공원에서 근무한 내부승진자다. (현재 서울호서전문학교 교수) 그렇다면 현재 서울대공원 동물원장은 누구일까? 노정래 현 동물원장은 2012년 중반에 취임하였는데, 역시 서울대공원 동물원 내부 승진인사다. 애초에 낙하산이 올 수 있는 자리가 아닌 셈이다. (에버랜드 동물원에 대해서도 은근한 라이벌리가 있는 이상, 서울대공원 동물원장직에 걸맞는 외부인사는 외국 동물원에서 오지 않는한 찾기 어렵지 않을까.)

 이번 사고로 박원순을 비롯하여 뉴벨 블로거들까지 불똥이 튀고 있지만, 애초에 대공원장과 동물원장을 분리해서 생각할 수는 없었을까? 서울시 문화재단을 비롯하여 많은 서울시 산하 단체장직이 다른 지자체나 심지어 정부와 마찬가지로 엽관제의 대상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이게 딱히 박원순만의 문제도 아니다. (이명박 서울시장 당시에 서울문화재단 이사장이 누구였더라?) 그러나 정상적인 행정조직은 최고위직이 논공행상의 대상이 되더라도 조직이 정상적으로 돌아가도록 짜여져 있기 마련이다. 서울대공원 중 전문가 영역인 동물원은 애초에 이게 잘 되어 있다. 사육사 업무 변경을 서울대공원장이 개입할거라고 생각한다면 관료제를 우습게 보는 것이다. 최종 결재는 동물원장까지 갔을 것이다. 동물원장직이 내부승진 전문가에 의해 관장되고 있는한 이 사고 자체는 관료제의 문제일지언정 낙하산의 문제는 아니다. 물론 사고가 터졌으니 총책임은 서울대공원장까지 올라올 수밖에 없겠지만.

 안영노씨가 대공원장 직무에 적합한 인사인지 아닌지는 모르겠다. 그 평가는 배제하더라도, 이원효씨가 재임을 했든 다른 무슨 대단한 인물이 대공원장에 있었든 이 사고의 원인에 개입할 수 있었던 사람은 노정래 동물원장이 최종 한계가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예산 부족, 안전불감증, 관료주의 같은 것은 이 범주에서 생각해야지, 피해 사육사와 일면식도 없었을 안영노나 호랑이가 여우사에 있었는지도 몰랐을 박원순까지 올라가는 것은...

 참고로 사고가 있었던 날 마침 우연히도 나는 서울대공원 수목산책로를 걷고 있었다. 스마트폰으로 사고 소식을 보고 뒤늦게 여우사 앞을 지나갔는데, 오후 늦게까지 사고를 일으킨 호랑이를 전시했다는 기사와 달리 호랑이 우리는 비어있었고 옆 우리의 재규어는 천연덕스럽게 사람들을 구경하고 있었다. 그리고 오후 4~5시 경이었는데도 언론사 마크를 붙인 승용차들이 우리 옆에 서 있었다. 뉴시스와 조선일보가 기억이 나는데... (사고는 오전에 일어났다) 사실 서울대공원 관계차량 외에는 동물원 경내에 들어와서는 안된다. 서울대공원 주차장은 동물원에서 1.2km 정도 떨어져 있다. 이미 속보 상황은 아니었는데도 여전히 거기 주차되어 있던 차량의 헤드라이트는 꽤나 오만하게 느껴졌다.


<11월 30일 16:10에 오자 및 비문을 수정함>

덧글

  • 로보 2013/11/29 21:21 # 답글

    그런 속사정이 있었군요. 잘읽었습니다.
  • 措大 2013/11/30 16:12 #

    그런 사정이 있더라구요.
  • ㅇㅇ 2013/11/29 22:03 # 삭제 답글

    역시 조대 아니랄까봐 실드질 홍대 밴드출신 어린애를 급작스럽게 무려 대공원 장으로
    올린게 낙하산 아니면 뭐지?
  • 鷄르베로스 2013/11/29 22:32 #

    복합 문화관람시설의 책임자로 실제 유사시설의 경험이 없음을 가지고 지적하는거라면 몰라도 연세대 사회학과와 동대학원 나와서 공연, 문화쪽으로 10년이 넘게 종사한 사람을 낙하산으로만 치부하는건 아닌거 같은데?

    허벅지밴드 딴따라 출신이 안영노의 전부가 아니라고
    나도 박원순 별로 맘에 들지않지만 이건 아니듯
  • 鷄르베로스 2013/11/29 22:47 #

    그리고 안영노를 어린애라고 하는데 내가 알기론 67인가 66년생으로 알고있는데 그게 애 소리를 들을 나이로 보이나?
  • ㅇㅅㅇ 2013/11/30 07:03 # 삭제

    뉴벨 영감님 납셨네 ㅋㅋㅋ
  • 措大 2013/11/30 16:15 #

    어린애라고 하기엔 꽤나 나이 많은 사람이고 커리어도 문화계 활동을 한 사람임.
    서동욱이 딴따라 출신 어린애라서 급작스럽게 대기업 임원을 시켰으니 낙하산이 되는 것인가?

    그리고 말 놓지 마라.
  • ㅋㅋ 2013/11/29 23:16 # 삭제 답글

    그냥 뭐하나 얻어걸려서 어떻게든 깔 기회만 노리고 있는 뉴밸 수꼴충들이 그런걸 신경이나 쓰겠습니까?ㅎㅎ
    공무원 세계의 관료제가 어떤건지 알지도 못할텐데?ㅋㅋㅋ
  • jklin 2013/11/30 12:07 #

    없는 사실도 창조해 내시는 좌좀들 선동질 공력에 비하면야 우리 수꼴충들이야 말그대로 버러지 수준 아니겠습니까효? ㅎㅎㅎ
  • 措大 2013/11/30 16:18 #

    극과 극은...

    별개로 안영노씨 취임일과 피해 사육사 업무 전환일 때문에 '팩트'가 나왔다고 공방이 치열하지만, 그걸 다 떠나서 그냥 거대한 관료 체계 내의 밑바닥에서 벌어진 일은 관료 내적인 룰에 지배되지 선출직이나 정무직 고위 공직자가 간여하기 어렵다는 얘기를 풀어본 거죠.
  • 零丁洋 2013/11/30 07:06 # 답글

    그냥 구경만 갔지 이런 체계인 줄은 몰랐내요. 대공원 가면 느끼는 것이 미술관과 동물원의 부조화와 경마장이 대공원 옆에 있는 이유를 모르겠더군요.
  • 거봐라 2013/11/30 08:38 # 삭제

    때론 정지선에 서서 세상바라보면 평소와는달라보이는 법
  • 2013/11/30 09:51 # 삭제

    친절한 금자씨가 말합니다

    너나 잘하세요
  • 措大 2013/11/30 16:19 #

    미술관과 동물원이 붙게 된 부분도 좀 쓰자면 꽤 긴 얘기가 되죠.

    경마장도 1984년에 이전되었습니다. 이러한 대대적인 이전 작업이 벌어진 이유는 사실 86 아시안게임 때문이라고 봐야죠.
  • NET진보 2013/11/30 09:29 # 답글

    서울대공원장돠 동물원장 차이가 잇었군요... 전 둘다 같은것으로만 알고잇엇는데...잘알고갑니다.
  • 알고가면 2013/11/30 09:52 # 삭제

    허섭쓰레기 같은 헛소리 글이나 좀 알아서 내려라
  • cvcvl 2013/11/30 10:21 # 삭제

    얘는 무조건 시장탓을 하기위해서 알아들은척만 함. 소용없는 기대임.
  • jklin 2013/11/30 12:06 #

    네. 이게 좀 머리아픈 구분입니다. 블로그 쥔장님이 글 잘 올려 주셨네요. 이번에 사고를 당한 사육사와 동물원장의 관계가 신문지상에 떠도는 그 기사대로라고 추정이 됩니다. (동물원장 직책에 대한 언급이 있습니다.) 그런데 궁금한 것은 서울대공원장과 사육사의 관계인데... 이 부분은 보도가 안되고 있는듯해요.

  • 措大 2013/11/30 16:21 #

    동물원장은 전문가가 임명되어서 비전문가 임명직이 도저히 컨트롤할 수 없는 사육 행정을 담당하는 시스템...그런데 이것도 민선시장체제 이후에는 꼬박꼬박 개임이 잦은거보니 옛날만큼 효율적으로는 돌아가지 않는 것 같습니다. 대신 견제는 잘 되고 있으려나.

    안영노씨가 이 사건 때문에 잘릴거 같지는 않지만, 애초에 대공원장 임기가 2년이니 연임될거 같지는 않습니다.
  • 鷄르베로스 2013/11/30 17:31 # 답글

    새누리당 홍문종이 헛발질을 했다는 기사를봤습니다.
    뭐 박원순시장과 안영노씨가 듀엣으로 허벅지시절의 뜯어먹어 날을 부르면 되겠네요 ㅋ
    글 잘 봤습니다
  • 措大 2013/11/30 19:57 #

    헛발질은 아니라고 봅니다. 책략으로서는 잘 먹혔다고 생각해요. 낙하산이라는 공격은 짜릿한 맛이 있죠. 사실 낙하산임을 부인할 수 없기도 하고...

    다만 사고와 낙하산은 전혀 별개의 일이었다는게 둘이 억울한 일이랄까요.
  • 장미의기도 2013/12/08 22:58 # 답글

    글 잘 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 기회다 2013/12/14 19:37 # 삭제 답글

    어떻게 찾아온 기회인데 이대로 놓칠수는 없다...
    이번에 확실히 박원순을 엮는다... 이번 작전에 모든 것을 올인한다.
    동참하는 애국보수 세력의 요원들에게 큰 보상이 따를 것...
    이번 사건의 모든 책임은 박원순 탓!!! 박원순 탓!!! 박원순 탓!!! 박원순 탓!!! 박원순 탓!!! 박원순 탓!!! 박원순 탓!!! 박원순 탓!!! 박원순 탓!!! 박원순 탓!!! 박원순 탓!!! 박원순 탓!!! 박원순 탓!!! 박원순 탓!!! 박원순 탓!!! 박원순 탓!!! 박원순 탓!!! 박원순 탓!!! 박원순 탓!!! 박원순 탓!!! 박원순 탓!!! 박원순 탓!!! 박원순 탓!!! 박원순 탓!!! 박원순 탓!!! 박원순 탓!!! 박원순 탓!!! 박원순 탓!!! 박원순 탓!!! 박원순 탓!!! 박원순 탓!!! 박원순 탓!!! 박원순 탓!!! 박원순 탓!!! 박원순 탓!!! 박원순 탓!!! 박원순 탓!!!

    -국정원의 대선개입을 지지하는 일베회(약칭 국대질) 일동
  • ㅁㅁ 2015/01/06 16:52 # 삭제 답글

    이 사람의 기괴한 행적은 별로 마음에 안 드는데,
    누가 되었든 사고가 없진 않았을거란 말은 공감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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