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7/22 04:34

전기요금, 전력, 전력량

전기요금 관련 개소리에 대한 단상...에 리플을 달다가 문득.


아주 가물가물한 과거의 기억을 떠올려보면, 중고등학교 과학 시간에 배웠어야 하는 기본 개념들을 제대로 습득할 수 있었던 것은 기술/산업 과목 덕분이었던 것 같다. 더 죽어라 공부한 것은 자기장이니 오른손 법칙이니 하는 것들이었지만,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고 나면 전구 갈아끼우고, 전력량계 점검할 때 필요한 지식이 남는다는 좋은 사례랄까.

전력(P)과 전력량은 다른 개념이다. (중학교 교과서에 나와 있을텐데) 전력이 힘이라면, 전력량은 그 힘이 단위 시간(1시간)에 해치운 일이랄까. 단위로 보면 전력은 W, 전력량은 Wh를 쓴다.
컴퓨터 파워를 보면 400W, 500W 이렇게 단위가 있는데, 결국 컴퓨터 시스템에 공급해 줄 수 있는 전력의 최대치를 표기한 것이다. 컴퓨터를 켜서 한 시간 동안 고성능 그래픽 게임을 돌리면 이 파워가 최대치에 가깝게 전력을 공급해 줄 거고, 0.5kWh를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한달 후 전력요금표에 가산되어서 나오게 될 것이고.

일반적으로 한전에서 공급하는 전력은 고압으로 공급되어 길 곳곳의 변전기(전신주에 매달린 통)를 통해 가정용 전압으로 강하되어 주거지에 공급된다. 여기서 P(전력)=v²/R(저항) 이고 W(전력량)=PxT(시간) 이라는 두 공식을 오랜 기억 속 상자에서 꺼내면... 뭐 결론은 콘센트에서 플러그를 빼라는 것이 될 수밖에 없겠다. 

전기요금표 보는데 하등 도움이 안되는 다른 지식들은 접어두고, 일반 가정의 경우 전력 사용이 시간대에 따라 다양하게 변동하고 개별 가정의 경우 최대부하전력도 그렇게 크지는 않다. 그래서 대개는 전신주 위에 매달린 변압기가 충분히 전력을 공급해 줄 수 있으며 따로 계약전력을 정할 필요도 없다. 반면에 사업장의 경우 대체로 가동시간 중에는 정률의 전력을 소비하며, 큰 빌딩 정도만 되어도 (업종에 따라서는) 자체적인 변압기가 필요할 정도로 전력 소비량이 큰 경우도 있다. 

까닭에 한전의 요금체계는 "계약전력"을 정해놓는 산업용, 일반용 등과 따로 전력을 정하지 않고 그냥 집 어딘가의 '메다기'를 보면서 사용량을 측정하는 주거용으로 이분화된다. "계약전력"을 산정할 때 사업자는 사업장의 최대부하 사용량도 감안해야 하고 (공장 돌리다가 전력이 부족해서 시설이 나가면?), "계약전력" 상의 최대 전력사용량을 초과할 경우 엄청난 요금 폭탄을 맞을 수도 있기 때문에 넉넉히 "계약전력"을 잡아놓는다. 이 "계약전력"이 기본요금으로 가산되기 때문에 (1kW 당 몇 천원) 한 달 동안 전기를 전혀 쓰지 않는 경우에는 확실히 산업용, 일반용이 가정용보다 더 많은 요금이 청구될 것이다. (그렇다고 가정용에 기본요금이 없는 것은 아니다. 사용전력량을 보며 추산해서 부과하긴 한다. 그러나 큰 액수는 아니다.)

그러나 현실은 정률의 전력사용자들에 대해서는 한전의 요금체계는 너그럽다. 최대부하 때문이기도 하고, 산업계 지원이라는 특혜와도 관련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쨌든 가정용은 누진제를 엄격히 적용받으며 비교적 높은 요금을 부과받는다. 

전기요금 누진제에 관해서는 자료가 많지만  (그리고 계절에 따라 변동이 되지만)

   0 ~ 100 kWh     59.10 (\/kWh) - 5,910원 
100 ~ 200 kWh    122.60              - 12,260원 (18,170)
200 ~ 300 kWh    183.00              - 18,300원 (36,470)
300 ~ 400 kWh    273.20              - 27,320원 (63,790)
400 ~ 500 kWh    406.70              - 40,670원 (104,460)
500 ~                690.80

이 정도 요금이 부과가 된다. 그리고 하루에 17 kWh만 사용해도 요금은 10만원이 간단히 넘어버린다. 그런데 냉장고와 김치냉장고만으로도 4인 가구라면 한달에 100kWh는 간단히 넘겨버리는게 현실이다. (최신형 냉장고들은 전력소비효율이 좋긴 하지만 약간 자동차 연비 같은 느낌도 있다) 여기에 컴퓨터는 시간 당 0.5kWh, 에어컨은 시간 당 2kWh 정도는 소비하니, 하루에 2시간 정도 에어컨 돌리면 180kWh, 4시간 컴퓨터 사용하면 60kWh 벌써 이 가정의 소비전력량은 350kWh에 육박하고 있는 셈이다. (가정용 전기계약자 중에 300kWh 이상을 소비하는 비중은 작년에도 벌써 30%를 넘겼다. 평균치가 229kWh 정도라고 하지만 워낙 파편화된 가구가 많아서 그런 것이지, 실제로 일반적인 소비를 하는 가정에서는 10만원도 각오해야 할 정도로 소비량이 많을 수밖에 없다.)

그러면 400kWh를 쓰면 각 요금제는 얼마를 부과할까. (계약전력은 4kW로 산정)

(A) 주택용(저압) - 주거용 - 76,780원 (VAT 6,754원 + 전력산업기반기금 2,490원)
(B) 일반용 갑1 (저압) - 74,030원 (VAT 6,512원 + 전력산업기반기금 2,400원)
(C) 교육용 갑 (저압) - 70,170원 (VAT 6,172원 + 전력산업기반기금 2,280원)
(D) 산업용 갑1 (저압) - 58,890원 (VAT 5,180원 + 전력산업기반기금 1,910원)
(E) 농업용 갑 (저압) - 11,220원 (VAT 988원 + 전력산업기반기금 360원)

확실히 가정용에 비해서 산업용이 상당히 유리하다. 그리고 농업용 요금에서 기절하게 되는데 (하우스에서 살아야 할까?) 농업용 요금은 기본 단위요금이 싸기도 하거니와 (21.2 원/kWh) 누진제가 적용이 안된다는게 크다. (누진제가 없었다면 가정용도 3만원 미만에서 끝났을 것이다)

이런 시스템 안에서는 누진요금이 더 올라가는 대량 전력소비시 더 큰 격차가 생길 수밖에 없다. (누진제는 가정에만 적용되고 있으니까) 복잡한 단가 체계 안에서 (계절별로 다르고, 부하시간별로 다르고, 요금제 자체도 몇 가지나 되고, 지역이나 사업장에 따라 감면 규정이 있다) 일률적으로 가정은 얼마, 산업은 얼마가 단가라고 확정지을 생각은 없다. 그러나 산업용이 가정용보다 훨씬 비싸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결론이다. 

케이스 스터디 삼아서 위 트랙백한 포스팅에서 월평균 사용량 상위 1위를 검토해본다.

산업용 1위는 포스코로 252,229,100 kWh를 사용했고, 가정용 1위는 이재용으로 34,101 kWh를 사용했다. 이걸 2013년 7월 요금으로 계산해보자. (정밀한 계산은 불가능할 것이다. 전기계약의 특성상 동일인이나 법인이라고 해도 시설에 따라 여러 계약을 체결하고, 각 계약에 적용되는 요금제도 조금씩 다르기 때문이다. 그걸 알아낼 수 없으니 그냥 한 종의 계약에 넣고 돌려보자. 참고로 포스코 계약전력은 파격적으로 355,000 kW로 산정했다. 그리고 경부하, 중부하, 최대부하는 10:9:5 비율로 시간할 계산했다. 이런 시설은 24시간 가동하는게 일반적인만큼.)

이재용: 주택용(고압), 비주거용, 5인이상 가구 - 2507만 1360 원, 735.20 원/kWh

포스코: 산업용(을) 고압C 선택3 - 315억 2225만 0100원, 124.97 원/kWh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높게 나왔다. 100원도 안나올거 같은데. 실제로 포스코가 한전에 매달 얼마를 납입하는지 알아볼 일이다.)


매달 229 kWh보다 덜 전력을 소비하는 가정이라면 단위 요금은 아슬아슬하게 포스코만큼 맞출 수 있을 것 같기는 하다. 에어컨은 못 돌리겠지만. (근데 포스코는 부가가치세 환급받잖아...)

끝으로 저 포스팅에서 가열차게 비판한 모 강사의 전기료에 관한 접근에 대해서는....

산업용 전기요금 단가가 81.23 \/kWh라는 강사의 설명은 레퍼런스는 알 수 없지만 일응 합리성이 있다고 판단 된다. 2012년 기준으로 판매수익을 판매량으로 그냥 나눈 판매단가가 92.83 \/kWh니까. (산업용 요금에는 기본요금이 들어간다는 점을 잊지 말자. 그리고 10%의 VAT와 전력기금도) 아 이건 좌빨 자료가 아니라...출처가 이곳이다. 

반면에 석연치 않은 계산으로 산업용 요금을 2553.09 \/kWh라고 계산한 위 트랙백 주인장의 계산은 (리플에서 다시 재계산을 해서 160.7 \/kWh라고 훨씬 현실적인 수치까지 낮추긴 했지만) 뭔가 이런 저런 오해를 깔고 있다는 생각밖에는... 일단 한전이 러프하게 계산한 액수가 92.83원(순수 판매액)인 마당에 거의 두 배에 가까운 수치인 셈이니까. 

더구나 산업용 단위가격이 가정용보다 싸다는건 전기 판매자인 한전이 인정하는 사실이다. 그리고 월간 전력소비량이 315 kWh나 401 kWh 정도인 집은 그리 드물지 않다. 에어컨을 신나게 틀고 있는 이번 달 사용량은 300 kWh는 당연히 넘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판인데. (30평 남짓이다) 400이 관건일 뿐이다. 아파트에 거주하는 평범한 4인 가정의 전기세 단위가격은 여름철의 경우 190원에 가깝다고 보는게 타당할 것 같다.  

덧글

  • 희망의빛™ 2013/07/22 10:33 # 답글

    포스코나 삼성 같은 대기업들은 전기를 엄청 많이 쓰기 때문에 고지된 요금으로 단가를 계산해 보면 가정용에 비해서 엄청 저렴한 요금이 나오는건 확실합니다. 단 전기를 적게 쓰는 가정의 경우엔 적은 누진단가가 적용되기 때문에 대기업들의 산업용 전기와 비교해서 어떠한지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평균적인 중산층 가정에서 쓰는 전기요금과 대기업이 사용하는 전기요금 단가를 비교해 보면 답이 나올거라고 봅니다.
  • 措大 2013/07/24 01:11 #

    네 그래서 위 포스팅의 포스코 계산은 저도 납득이 안됩니다. 역시 포스코가 자신들이 납부하는 전기요금을 까야 확실히 알 수 있겠죠. 전기를 아주 적게 쓰는 가정 (1인 단독세대+원룸)이라면 단가가 90원대도 될 수도 있겠지만, 그걸 기준으로 삼으면 곤란하겠죠.

    그리고 아마 많은 분들의 이번달 전기요금 고지서는 단위요금이 200\/kWh에 육박할 것이라고 봅니다.
  • RuBisCO 2013/07/22 11:00 # 답글

    PC의 소비전력 계산에서 실제 파츠들의 소비전력이 저정도가 안되긴 하지만 모니터의 소비전력이나 PSU 효율등에 두대 이상 쓰는 가정도 많으니 셈해서 대충 퉁치더라도 전자기기들 중 TV가 빠졌습니다. 구형 브라운관이나 PDP면 정말 기똥차게 먹어댈거고 LCD 들도 대형화되면서 큰놈들은 오지게 먹죠. 전기밥솥 같은것도 빼놓으면 안되고. 실제로 유효할만한 중간값을 잡게되면 훨씬 더 높을겁니다.
  • 措大 2013/07/22 15:39 #

    TV 빠졌죠. (뭐 저야 TV가 없는 집에서 삽니다만) 각종 전열기구도 그렇고. 사실 집이 비어있을 때조차 계량기 돌아가는거 보면 아파트 같은 곳에서는 한달에 400kWh 나오는게 놀랍지 않습니다.
  • Ithilien 2013/07/22 14:08 # 답글

    아무리 통계와 계산이 사기치기 위한 근거로 매우 좋다지만 저글 쓰신분은 너무 티나게 사기를 쳤지요.
  • 措大 2013/07/22 15:40 #

    의도적인 사기인지 오해에서 비롯된 실수인지는 확언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그런데 정정은 안하시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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