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한 잡담

어느 화물차 운전사의 자식분에게.. -> 제목은 좀 낚시성이 있지만 2071님이 쓰신 화물연대파업에 관한 글


1. 근로자성
 다른 사회 영역 전반과 마찬가지로 법학 분야에서도 IMF 사태가 야기한 충격과 공포는 어마어마한 것이었다. 수많은 법률적 문제들이 IMF를 기점으로 법학 연구의 과제로 떠올랐다. 지입차주에게 노동3권을 인정할 수 있느냐의 문제 역시 2000년대 초반부터 꾸준히 연구되어 온 테마라고 할 수 있다. 실질적으로 지입차주를 비롯하여 소위 특수형태근로종사자(혹은 특수취업직종사자 - 예를 들면 지입차주는 물론, 방문교육 종사자나 골프장 캐디 등등)는 IMF 이후 폭발적으로 늘어났고, 비정규직 종사자들과 마찬가지로 이들도 근로기준법 및 노조법의 보호 범위에서 상당부분 탈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정규직 종사자의 경우 그 실질은 근로자임이 명백하고, 단지 정규직 종사자에 비하여 노동안정성을 어느 정도 완화시킬 것인지를 논하는 것이 핵심적인 문제인데 반하여, 특수취업직종사자의 문제는 근로자성을 어떤 식으로 구성할 수 있는지가 문제가 된다. 사실 전자인 비정규직의 노동법적 문제 상당부분은 법정책적인 문제이기도 하고, 실질적으로 법정책적 혹은 입법적으로 해결되는 것이 추세라고 여겨진다. 반면 아예 근로자성의 인정 여부가 불분명한 후자의 문제는 우선적으로 법해석론의 문제가 되는 것이다.
 이 노동법 분야에 대한 백수 찌질이인 조대의 이해 수준은 다른 법분야와 마찬가지로 일천하여 딱히 독자적인 견해를 내세울 수준은 못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수취업직종사자의 근로자성을 인정해주는 문제를 법해석론으로 접근했을 때 그 결론의 차이는 결국 근로자성에 대한 시각이 보수적이냐/전향적이냐로 귀결된다고 보여진다. (해석론을 이렇게 무식하게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뭐 나는 찌질이니까;) 성향의 차이라고 볼 수 있지만, 당연히 법원은 보수적인 시각이고 노동법학계의 대세는 전향적이라고 요약할 수 있지 않을까.
 법원이나 행정부에서 통용되는 보수적인 해석론의 핵심은 실질적 사용종속관계론인데, 이것은 독일이나 일본의 통설을 옮겨온 것이고 IMF 이전부터 통용되었던 해석론이며 동시에 근로기준법의 근로자성의 토대가 된 이론이다. 우리 근로기준법은 근로자성에 대한 정의에서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라는 표현을 못박음으로써 경제적 종속관계는 물론 인격적인 "사용종속관계"에 있을 것을 명문화했다. 따라서 사법부와 행정부의 해석론도 충실하게 이를 따르고 있다. 물론 근로자성에 관한 법원의 해석론은 점점 전향적으로 바뀌고 있어서, 이미 부분적으로는 실질적 사용종속관계론에서 벗어난 판례(예컨대 실직한 경우에도 조합원 인정이라든가)가 나오기도 했지만 특수취업직종사자에 대해서는 아직도 보수적인 판례를 유지하고 있는 것 같다.
 반면 학계의 대세는 이 "근로자성"을 폭넓게 인정해줘야 한다는 것이고, 대체로 유럽의 법학(프랑스/독일의 노동법)을 공부한 분들은 새로운 이론을 다양하게 전개하고 있다. 특히 노동3권을 인정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법해석론 일반으로도 충분히 인정해줄 수 있다고 보는 것 같은데, 현실은 뭐... 그다지 반영될 기미가 없다. 그러니 아예 법정책적으로 해결하라고 화물자동차연대에서 파업의 요구사항으로 내놓고 있는 것이고.
 하지만 어쨌든 노동법학계 쪽의 논의나 외국의 입법례 혹은 판례를 보더라도 특수취업직종사자들에게 근로자성을 인정해주는게 법적으로 무리라고 말하긴 어렵다. 근로자성이라는 것은 대체로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경제적 종속관계와 인격적 종속관계를 토대로 이루어지는데, 후자의 비중을 얼마나 형식적으로 요구하느냐에 따라 그 인정 범위가 크게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2. 베스와 블루길
 정부의 다른 정책적 수단에 비해 수요/공급에 개입하는 것이 부작용이 적은 방법인가에 대해서는 조금 의문이 생긴다. "베스와 블루길"은 심각한 생태계 골치거리인 동시에 낚시꾼들에게는 굉장히 매력적인 공략어종인데 문제는 그렇게 낚시꾼들이 잡는데도 불구하고 씨가 마를 조짐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실은 이건 낚은 다음에 풀어주는 낚시 취미가들의 성향과 관련하여 100만년 떡밥을 제공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더 심하게 말하자면 베스 치어를 몰래 방류하는 낚시 취미가들의 1000만년 떡밥 문제이기도 하고 -.- )
 어쨌든 이 문제에 관해, 예전에 낚시하는 친구와 식사를 하면서 "정부가 마리당 얼마씩(500원? 1000원?)에 구입하는 정책을 추진하면 어떤가"라고 물어본 일이 있다. 베스가 줄어들지 않는 문제의 핵심은 그 어종의 무용성에 있다는 친구 설명을 듣고 던진 질문이었다. 베스는 낚는 맛을 빼면 그 용도가 뚜렷하지 않은 어종이다. 먹는 일도 드물고, 고유 어종에 비해 판매할 곳도 적다는 것(즉 약재로 쓰이지 않는다는 것-_-)이다. 그러니 낚은 다음이 문제란다. 날 것을 죽이자니 꺼려지고, 풀숲에 방치해서 호흡곤란을 일으키며 죽는 것을 보는 것도 괴롭고, 자연스럽게 다시 물 속에 놔주게 된다던가? 그렇다면 이 문제를 경제적으로 해결해보면 어떨까? 인위적으로 수요를 창출해주는 것이다. 각 군청이나 동사무소에서 "베스나 블루길"을 수매하면 낚시꾼들에게 동기부여가 되지 않을까?
 이에 대해 친구는 "그러면 베스나 블루길을 양식하는 업자들이 생겨날 것"이라며 베스나 블루길을 낚시터에서 교환장소까지 이전하는 것만으로도 거래비용이 상당히 발생하는데, 그것을 보전하는 수준의 수매비 책정은 예산상 어렵고, 설령 그 수준으로 수매비 책정을 하면 도리어 "양식"을 촉발하게 된다는 것이다. 꽤 흥미로운 의견이었다. 사실 정부가 수요 혹은 공급의 한 축에 개입하는 모든 정책에서 발생하는 문제가 이 사례에 포섭되는 것 같다.
 장기적인 구조조정의 수단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글쎄...

3. 비용 이전의 문제
 화물자동차연대에 근로3권이 보장되어야 한다든가, 그 결과로서 화물운송에 관하여 집단교섭을 할 수 있어야 하고, 따라서 운임이 현실화되어야 한다든가 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내가 뭐라고 말할 수 있는 여지가 없다. 그것은 하나의 당연한 현실이고, 화물자동차연대에 근로3권을 보장하는 것도 당위적으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아니 혹은 공정거래법 상의 담합이 될까?)
 문제는 이에 따라 운임이 추가되었을 때 그 추가비용은 누구에게로 이전되는가에 대한 의문이다. 운임증가는 원가인상을 유발하는 요인이 되고, 화물운송의 운임에 의해 인상되는 원가는 단지 대기업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여기서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전체 상품의 가격인상 요인이 되기 때문에 일반 소비자들의 가계에 해가 된다는 일반론이 아니다. (유류인상으로 이미 인상요인이 발생했음에도 그것이 소비자를 위해 시장 상품의 원가에 반영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은 결국 그 비용을 화물운송업자들이 부담해야 한다는 예속적인 논리일 뿐이니까) 하지만 이런 원가인상이 또다른 (그러면서 비슷한) 자영업자군에게도 애로사항을 발생시킨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이 자영업자군은 IMF를 기점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하였고, BIG 5라는 거대규모의 업체가 있기는 하지만, 동시에 위탁관계를 통하여 수하물을 취급하는 다수의 자영업체가 있고, 무엇보다 엄청난 경쟁시장이기 때문에 원가인상을 반영하기 어렵다. 이 자영업자군은 누구일까? 소화물 운송업자군 - 즉 택배회사다. 메이저 택배회사들 역시 다수의 특수취업직종사자라고 할 수 있는 하청 소화물운송업자들을 거느리고 있다. 앞으로는 이쪽 집단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결국 정부가 할 수 있는 수단은 매우 제한되어 있고, 어떤 선택을 해도 부작용을 피하기도 어렵다. 단기적으로는 차라리 유류세 연동제를 도입해서 유류비를 일정 범위에 묶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본다. (좀더 과격하게 유류세를 통해 유류비를 정부가 통제하자고 주장하고 싶은 생각마저 든다. 물론 이해관계자들을 고려하면 실현 불가능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일거에 특수취업직종사자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환상은 버리고 그저 석유의존도를 낮추는 에너지 산업 개편에 착수하는게 훨씬 효과가 커 보인다. (이것도 전혀 만만한 문제는 아니로군 -.-) 애초에 제도적으로 해결하려는 방책은 늘 편법을 통해 무너지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특수취업직종사자 문제나 비정규직 종사자 문제가 제도적으로 해결이 어려운 이유의 핵심은 늘 이 '편법'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by 措大 | 2008/06/19 15:31 | 트랙백 | 덧글(3)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보여주는 MB 2

그날이 왔다. 6월 10일

오프라인에서 정부에 항의하는 목소리는 강하게 몰아쳤다. 하물며 온라인에서야 말할 것도 없다. 오프라인에서는 그 목소리를 막으려고 컨테이너 명박산성을 쌓았는데, 온라인에서는 어떤 방식으로 막았을까.

그 소통을 좋아한다는 MB의 청와대 홈페이지는 놀라운 꼼수를 보여줬다.


인덱스 메인 페이지를 막아놓고 메인 페이지를 그대로 캡쳐한 이미지 파일을 해상도 사이즈로 올려놓은 것이다.

 (누르면 커짐 - 요건 그 jpg 파일을 고대로 갖다 놓은 것)


이건 그 메인화면에서 바로 우클릭해서 저장한 원본 소스 그대로다. 포토샵으로 살펴보면 꽤 재미있다 ㅋㅋㅋ

보다 확실히 기록해두기 위해 고화질 캡쳐를 올려두도록 한다. (BMP 파일로 올려놓겠음)

080610a.bmp <- 클릭도 안되고, 링크 자체가 없는 수상한 첫화면
080610b.bmp <- 혹시나 해서 우클릭하니 드러나는 꼼수
080610c.bmp <- 등록정보를 보니 아주 유치찬란. 과연 수장이 10일 동안 부팅도 못시켰던 그 조직 답다는...



그리고 이런 꼼수가 당연히 삽시간에 드러나자, 청와대는 6월 10일 23시 57분경에 다시 홈페이지를 정상으로 돌려놨다. (결국 트래픽 문제도 아니었던 셈)


아놔...이뭐 막장도 이런 막장이 없다. 이건 뭐라고 변명할래? 합성이라고 할래?

by 措大 | 2008/06/11 00:03 | 거친 붓으로 쓴 일상 | 트랙백(1) | 덧글(7)

서울신성 축성

맹박산성(?) 답사기

컨테이너로 바리게이트 치는게 이번 최초는 아니지만, 2008년 백주대낮에 서울시내 한 복판(...정도가 아니라 국가의 얼굴이 되는 곳)에서 저짓을 하는 것은 정말 전무후무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메디슨 스퀘어나 피카딜리 스퀘어, 혹은 붉은 광장에 컨테이너 성벽을 올리는 모습을 생각해보라. 저 꼴을 보는 이들이 얼마나 가가대소할지 - 참 창피하다.

저렇게 성벽을 쌓은 뒤, 다시 위에 바리게이트를 덧데어 성가퀴로 삼고 공성을 할 모양이다. 하지만 하지 말라면 더 하고 싶다고, 저런 어처구니 없는 과도한 방벽 앞에 선 시민군(...)들이 얌전히 성을 빙빙 돌며 여리고의 나팔만 불게 될까.

컨테이너 재질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저 난공불락의 요새도 산소용접기 앞에서는 캔뚜껑처럼 도려내어질지도 모를 일이다. (물론 위에서 방해를 하겠지 - 물대포로, 이걸 비닐 등으로 막는 것이 또 공격측의 계책일 것이고) 그렇게 되면 컨테이너 내부가 드러나는데 마침 경찰이 거기다 모래 주머니를 꽉꽉 채워놨으니 그걸 쌓아 올려 발판 삼아 밀고 올라가도 될 일이다. 단순히 개구멍을 뚫어 몇 명 씩 들어가다가, 들어가는 족족 체포당하는 것과는 그 규모와 효과가 남다르다.

왜 하필 모래 주머니로 채웠을까. 좀더 비열하고 확실한 방법이라면, 컨테이너를 비워놓고 (안쪽으로 출입구는 있다고 상정하고) 전경이나 여경을 몇 명 넣어두겠다. 그리고 사람들이 컨테이너를 넘어트리려고 하면 "안에 전경이 있습니다!"라고 방송하는거다. 그래도 넘어트리면 대형 참사가 날 거고, 여론은 급반전하지 않겠나. 

전번에 가보았더니 내성(...청와대)을 전경버스로 둘러쳐놓은게 어마어마해서 "와, 우리나라에 전경버스가 이렇게 많았구나"라고 감탄할 지경이었는데, 꾸준히 광화문에서 망실되어가니 그 소모량이 제법 많았나보다. 급기야 확고 부동의 한 수를 내놓은 셈인데, 이 방안의 위험성은 전경버스에 비할 바가 못된다. 높이가 훨씬 높아졌으니, 이제 떨어지면 죽을 수도 있는 상황이 되었다. 집회가 말 그대로 무사히 (허무하게) 끝나면 모르겠거니와, 저 위에서 드잡이를 하게 되면 그 후폭풍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갑자기 동아대 사건이 떠오르는 것은!) 전경을 올리지 않을 경찰도 아니고.

토요일 집회 참석 이후, 오늘은 참여 여부를 조금 재보고 있었는데 - 고민스럽다. 참담한 모습을 보게 되지나 않을까.

by 措大 | 2008/06/10 15:53 | 거친 붓으로 쓴 일상 | 트랙백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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